백련초해(百聯抄解)1-5장 ♣

(제1장)
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
난간앞의 꽃은 웃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숲 속의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니라

花不送春春自去 人非迎老老相侵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아도 봄이 스스로 물러가고
사람이 늙음을 맞이하지 않아도 늙음은 서로 침입하네

花含春意無分別 物感人情有淺深
꽃이 봄의 뜻을 머금으니 분별이 없고
재물은 사람의 뜻에 감응하여 얕고 깊음이 있네

花因雨過紅將老 柳被風欺綠漸除
꽃은 비가 지나감에 붉음이 쇠하여 가고
버들은 바람에 속아 푸르름을 점점 더는구나

(제2장)
花衰必有重開日 人老曾無更少年
꽃은 시들면 다시 피는 날이 있건만
사람이 늙으면 다시 젊어질 수 없구나

花色淺深先後發 柳行高下古今栽
꽃 빛깔 없고 젊음은 먼저 피고 뒤에 핌이요
버들 행렬 높고 낮음은 예 심고 지금 심음이라

花不語言能引蝶 雨無門戶解關人
꽃은 말이 없어도 능히 나비를 끌고
비는 문이 없어도 능히 사람을 가두는구나

花間蝶舞紛紛雪 柳上鶯飛片片金
꽃밭에 나비가 춤추니 풀풀 날리는 눈이요
버드나무에 꾀꼬리가 나니 조각조각 금이로구나

(제3장)
花迎曖日粧春色 竹帶淸風掃月光
꽃은 따스한 햇볕받아 봄빛으로 단장하고
대나무는 맑은 바람 두르고 달빛을 쓰네

郊外雨餘生草綠 檻前風起落花紅
성밖에 비가 넉넉하니 자라는 풀이 푸르고
난간 앞에 바람이 이니 떨어지는 꽃이 붉구나

霜着幽林紅葉落 雨餘深院綠苔生
서리 맞은 그윽한 숲 붉은 잎 떨어지고
비 넉넉한 깊은 정원 푸른 이끼 자라네

月作利刀裁樹影 春爲神筆畵山形
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마름질하네
봄은 신의 붓이 되어 산의 형세를 그리네

(제4장)
竹根?地龍腰曲 蕉葉當窓鳳尾長
대 뿌리 땅에 솟으니 용허리 굽은 듯 하고
파초 잎 창에 드리우니 봉황의 꼬리 길도다

耕田野?埋春色 汲水山僧斗月光
밭 가는 농부는 봄 빛깔을 묻고
물 긷는 산승은 달 빛을 퍼 담는구나

聲痛杜鵑啼落月 態娟籬菊慰殘秋
소리 구슬픈 두견새 지는 달을 노래하고
자태 고운 울타리 밑 국화는 남은 가을을 달래나니

遲醉客欺先醉客 半開花笑未開花
늦게 술 취한 객은 먼저 취한 객을 속이고
반쯤 피어난 꽃은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비웃는구나

(제5장)
山影倒江魚躍岫 樹陰斜路馬行枝
산 그림자 강에 비치니 물고기 묏부리에서 뛰놀고
나무 그늘 길에 비끼니 말이 가지를 따라가는구나

山靑山白雲來去 人樂人愁酒有無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 감이고
사람이 즐겁고 근심스러운 것은 술이 있고 없음이라.

螢火不燒籬下草 月鉤難掛殿中簾
반딧불은 울타리 아래 풀을 태우지 못하고
초생달로는 궁궐가운데 발을 걸기 어렵네

山頭夜戴孤輪月 洞口朝噴一片雲
산꼭대기는 밤에 외로운 달을 이고 있고
동네입구는 아침이면 한 조각 구름을 내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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