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산악회 지리산노고단과 반야봉을 오르고
2009년 5월 3일 일요일.
대간 9차 땜빵을 예정하고 있는 날이어서 산행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매화 김순연
부회장과 앞당겨 땜빵 산행을 하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참가를 할 수 있게 되었는
데, 여러 정회원들이 불참한 관계로 해서 자리가 생겼고, 낯선 얼굴들도 많다.
5시에 집을 나서서 ‘예찬들’ 앞에서 버스에 오르니 5시 23분. 밤사이 약간의 비가
내리기는 했으나 날씨는 좋아질 것 같다. 성삼 재에 도착하니 9시 47분을 가리키고,
준비를 마치고 10시 경에 산행이 시작된다. 대간 보행 습관으로 걸었더니 최고로
총무가 “큰형님이 빨리 걸으니 젊은이들이 지지 않으려고 빨리 걸어 과속이 된다.”
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짐짓 뒤쳐져 보려하나 깜빡 사이 발이 제대로 논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샛길로 빠지다 보니 10시 28분에 대피소에, 10시 45분에 노고단
에 도착한다.
노고단은 전라남도 구례군(求禮郡) 산동면(山洞面)과 토지면(土旨面) 사이에 있는
지리산 중의 한 봉우리로 일명 길상봉이라고도 하며. 높이 1507m로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꼽힌다. 남동쪽으로 광활한 초원에
원추리꽃이 덮여 있으며, 훌륭한 피서지로 유명하다. 노고단이라는 말은 <늙은 시어
머니 제사터>의 한자말에서 온 것으로, 고려 때에는 옛날부터 산신에게 지내온 제사
를 노고단에서 지내기도 했단다. 남동쪽에 유명한 화엄사(華嚴寺)가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반야봉과 천왕봉이 바라보이고 서쪽으로 노령산맥과 무등산, 남쪽
으로는 한려수도의 바다와 섬들이 아득히 보인다. 특히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구름바
다(雲海)는 지리산의 장관으로 꼽힌다. 마침 비온 뒤의 개는 날씨라 안개가 걷힐 때
마다 구름바다가 절경을 이루어 모두들 사진 담기에 바쁘다. 단체사진을 마지막으로
]하여 11시에 내리기를 시작하여 반야봉을 향해 진행한다. 1.500 고지인지라 이제
겨우 진달래가 붉은 눈망울을 터뜨리고 있어 봄도 이르다 할 현상이다. 초입의 욱어
진 신록과 중턱의 활짝 핀 꽃이 겨울과 봄, 여름의 세 계절상을 내려다보고 또 오르
내리고 있는 것이다. 11시 53분에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는데 이재홍 산대장이 달려
오며 반야봉 점심 계획을 임걸령으로 바꾼다고 한다. 곧 임걸령에 도착하여 점심 판
을 편다. 지난 번 대간 종주 시에 앉았던 바로 그 자리다.
임걸령은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8㎞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320m의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뚝 솟은 반야봉이 북풍을 막아주고 노고단의 능선이 동남
풍을 가려주어 산속깊이 자리한 아늑하고 조용한 천혜의 요지이며 샘에 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고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은 옛날에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 지였던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의적 임걸(林
傑)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샘터에서 피아골 쪽
암벽 밑에 막(幕)터가 있는데 이곳을 '황(黃)호랑이 막터'라고 부른다. 옛날에 약초
를 캐는 황장사가 눈 내리는 겨울밤 이곳에 천막을 치고 자다가 호랑이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물을 보충하여 12시 30분에 일어나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오르니 평
지가 나오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약2㎞지점인 노루목 삼거리가 나온다. 이때 시각
12시 57분. 노루목은 반야봉에서 내려지르는 산줄기가 산중턱에서 잠깐 멈추어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천연의 암두가 전망대를 이루
고 있어 부르게 된 이름이다. 해발 1,500m의 노루목 암두에서 피아골을 내려다보면
원시림 정취가 마음껏 느껴진다. 반야봉 3거리에 이르니 지난 번 대간종주 시에 여
기에다 배낭을 내려놓고 올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암벽이라 힘겨웠던 자리에 설치된
철 계단을 올라 정상에 이르니 13시 28분이다. 사진을 담고, 노고단을 향해 앉아
시조창 한 가락으로 뒷사람을 기다린다.
지리산 3대 주봉의 하나로 지혜를 얻는다는 뜻의 이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임걸령으
로 뻗어 나가는 높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동북방 약 8㎞지점 지리산권의 중심부에 위
치하고 있어 지리산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 어느 지점에서
나 그 후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반야봉(1732m)은 지리산의 얼굴과도 같다. 수치상
의 높이로는 지리산에서 천왕봉(1915m), 중봉(1875m), 제석봉(1806m), 하봉(1781m)
에 이은 다섯 번째지만 지리산 전체의 지형적으로나, 상징적 높이로는 천왕봉에
버금간다.
13시 40분에 출발하여 심원마을 쪽으로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지리
산에도 이런 조용하고 오염되지 않은 길이 있는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다. 산죽이
키 높이로 자라 엉켜 앞길이 보이지 않는지라 발이 미끄러지기 일 수나 기분만은 더
할 수 없이 좋다. 14시 32분, 산대장이 멈춰 서서 설명을 하기에 바라보니 두 소나
무가 등을 맞대고 돌아서 있는 모양이다.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길가에 냇물이 흐르기에 발을 씻고 머리를 감고 나니 한결 개운하다.
곧 물소리가 요란하고 개울이 나타난다. 여기만은 가뭄이란 말이 무색하다 하겠다.
징검다리를 건너 심원 마을에 올라서니, 깊은 골짝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말이 어
울리지 않게 유원지가 되어 있고, 20년 전부터 이곳을 자주 드나들어 사정을 잘 알
고 있다는 회원으로부터 ‘초가집에서 대궐 같은 기와집이 이루어진 사연도 듣게 된
다. 주차해 놓은 곳에 이르니 16시 22분, “오늘 산행은 좀 나쁘지요?”하는 매화의
]멘트처럼 부담 없는 멋진 산행을 한 하루다. 여기다가 흑돼지 불고기로 배를 채우
고 소맥으로 기분 더욱 돋우었음에랴.
연휴라 88고속도로 정체되는 짜증은 호사다마로 돌리고…….
(815)探智異山老姑壇(지리산 노고단을 찾다 -5. 4)
智異山高節見三:지리산고절현삼
老姑壇畔吉祥含:노고단반길상함
冷溫暖別芽花葉:냉온난별아화엽
壑麓天分霧靄嵐:학록천분무애람
般若峰頭雲似翠:반야봉두운사취
深源瀑布水如藍:심원폭포수여람
掠顔叢竹傳仙語:략안총죽전선어
新綠芳香酒易酣:신록방향주이감
지리산이 높이 솟아 세 계절을 나타내고
노고단 주위에는 길상을 머금었네.
높이 따라 기온 달라 눈과 꽃과 잎이 피고
골짝, 기슭, 하늘 따라 안개, 노을, 아지랑이라.
반여 봉 머리에는 구름어려 비취 같고
심원 폭포 물은 흡사 쪽빛으로 푸르구나.
얼굴 스치는 산죽들은 신선 말을 전해주고
꽃다운 신록 향기 술 쉽게 취하누나.
* 吉祥: 길하고 상서로움이나, 노고단을 길상 봉이라고도 함.
*節見三: 見은 나타날 현, 고도가 높아 정상에는 눈이
트고 중간에는 꽃이 피며, 산기슭에는 잎이 피어
겨울, 봄, 여름을 나타내고 있음.
(816)採山之樂(산나물 캐는 낙 -5. 5)
佳人隱者採山情:가인은자채산정
別有怡歡味菜羹:별유이환미채갱
薇蕨取時無不樂:미궐취시무불락
窺焉纖手折纖莖:규언섬수절섬경
숨어살며 벗 더불어 산나물 캐는 마음
나물 국 맛보는 외에 달리하는 기쁨 있네.
고사리 뜯는 때에 즐거움이 없지 않고
여린 줄기 끊고 있는 섬섬옥수 엿봄이지.
(817)暮春四圍景( 늦보의 사방 경치 -5.6)
燕告南音飜譯語:연고남음번역어
鶯啼北陌誘人笻:앵제북맥유인공
鷗飛東海漁舟逐:구비동해어주축
鶴舞西山落落松:학무서산낙락송
제비는 강남 소리 번역하여 알려주고
꾀꼬리 북쪽 언덕에 울어 사람 발길 유혹하네.
갈매기 동해에서 고깃배 따라 날고
서산의 낙낙 장송 학이 찾아 춤을 춘다.
松亭(정자 솔) 朴載鎬 鎬朴印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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