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산과 응봉산을 오르고 ▒
2010년 8월 22일 일요일. 포항마루금산악회 정기 산행 날이다. 오늘 찾게 되는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육백산(1244)과 응봉산(1267)은 낙동정맥의 분수령인 백병산(1259))에서
태백-호산간 도로인 416번 지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약 1.5km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두 산은 배미 골, 매 바위 골, 문의 골 등
계곡이 깊고 울창한 숲이 덮여 있으며, 산 위가 평평한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어 그
넓이가 육백 마지기나 된다고 해서 ‘육백산’으로 이름 했다고 한다.
6시 30분경에 달전에서 나를 태운 버스가 병곡휴게소에서 ‘초이’를 끝으로 태우고 7번
국도를 신나게 달려 도계읍으로 꺾어들어 곱돌아 올라 황새터의 강원대학 삼척 제2
캠퍼스에 도착한 시각은 9시 40분. 먼저 와 있던 버스가 되돌아 설 정도로 입산을
통제하고 있어 난감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으나 이끼폭포는 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산행
이 이루어진다. 구석구석 다 찾아보아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서둘러 선두에 따라붙는다.
들머리로 들어서 오르막을 오르면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를 따라 올라 10시 30분에
육백지맥 안부에 도착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우측으로 육백산을 향한다. 5분 정도
걸어가니 평평한 공지 옆 나무에 육백산 표시판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을 담고 막걸리
한잔씩 나눠 마시고 바로 내린다.
안부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쉬고는 웅봉산까지 갈 사람만 출발을 서둔다.
넓게 잘 만들어진 임도를 타고 가는데 커다란 육백산 산행안내판이 서있는 임도상의
장군목에 도착한다. 여기서 우측 임도를 따라가면 응봉산 방향이고 좌측으로 마교리
방향 이정표 지시대로 능선에 올라 북진하면 이끼폭포 가는 능선길이다.
우측으로 넓은 임도를 따라가는데 도로가 너무 평탄해서 “산에 가는 게 맞기나 하냐?!”
고 농을 해본다. 응봉산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산을 오르는 길을 리본이 안내한다.
능선 잿마루에 올라 우측으로 잠깐 오르니 응봉산이다. 시각은 11시 15분을 가리키고.
날씨가 더운 탓인지 왕복 1 시간 소요되는 이 응봉산까지 온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되돌아 내려 능선을 타고 직진해 올라 진행하니 장군목 조금 못 미쳐서 임도로 내려선다.
응봉산 가는 능선 길 들머리를 미쳐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쉬고는
이끼폭포 가는 길로 선두가 후미가 되어 바로 직진한 회원들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낸다. 오르내림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길이 좋은데다 숲이 우거져 시속 6~7km로
내닫는다. 12시 30분에 1120봉에 올라서니 여기서 점심을 먹고 지리를 비워준다. ‘
산박’, ‘은은한 달빛’, 그리고 이 두 나는 산 꾼도 무시하는 여성 동무들과 점심
자리를 편다. 식사를 마치고 12시 48분에 자리를 떠서 가파른 길을 미끄러져 내리니
직진한 일행이 만나지고 태옥씨 등과 행동을 같이 하게 된다. 진행하던 길이 왼쪽으로
꺾이면서 계곡 쪽으로 내려서서 13시 44분에 폐가를 만나고 13시 54분에 조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저 아래 맞은편에 인가들이 보이고 일행이 앉아 쉬고들 있다.
조림한 곳에 잡목을 베어내느라 애초기 소리가 요란한 옆길을 내려 우물에서 식수를
보충하는데, 아래로 내려가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뒤따르던 태옥 씨 등과 이끼폭포를
향해 내려선다. 되돌아 올 길이라 배낭을 내려놓고 진행함을 보고 부러워하기에
지금이라도 벗어놓으라고 하니 그제야 내려놓는다. 시경과 중용에 나오는 말로
[伐柯伐柯 其則不遠 執柯而伐柯 睨而視之(도끼자루로 도끼자루를 베는데 그 법이
멀지 않다. 도끼자루를 잡고 도끼자루를 베면서 한쪽 눈을 감고 나무를
멀리서 방법을 찾는다는 이 말이 문득 떠올라 웃어본다.
14시 15분에 바닥에 내려서니 먼저 도착한 벗들이 발을 담그고 있기에 발만으로는
한이 안차 옷을 입은 체 물 속에 들어앉았는데 살을 에어낼 듯 찬 물이라 1분도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상단 절경도 있다고 하나 시간이
없어 신발을 챙겨 신는다. 인터넷 사진에서 보던 바와는 이끼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그래서 접근을 통제한다고 하는데, 이 아름다운 비경을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완상할 수 있도록 하고 관람자
또한 자연을 아끼는 마음가짐이 참되기를 희망해본다.
되돌아 올라서 부터는 계속 도로가 이어지고 성황 골을 빠져나오니 포장도로
바뀌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루하게 내린다. 석회석 갱구를 지날 때마다 찬
공기를 뿜어내더니 공장건물이 있는 곳 약 300m 구간에서는 골짝 전체가 시원하다.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싶으나 물어볼 사람은 없다.
15시 39분, 빅수를 받으며 하산 주 자리에 도착해 시원한 수돗물을 덮어쓰고는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으니 최태근 초대회장과 아직은 다친 발 때문에 산행을
하지 못한 전풍수 고문이 번갈아 맥주잔을 안긴다. 직책 때문에 좋아하는 산도
오르지 못하고 준비한 정용도 총무의 자랑+알파의 닭백숙이 먹고 먹어도 남는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면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를 분간
못했다더니, 정자 솔이 신선인지 신선이 정자 솔인지 분간 못하는 이 순간이다.
▒探六百山與鷹峰山(탐육백산여응봉산) ▒
鷹峰六百兩山由:응봉육백양산유
夏已喪炎節已秋:하이상염절이추
蘚瀑龍湫蒼蘚映:선폭용추창선영
香風瑟韻綠香幽:향풍슬운녹향유
採灰坑口噴凉氣:채회갱구분량기
伐草機聲震鬱楸:벌초기성진울추
男女岳朋鷄湯醉:남녀악붕계탕취
求仙不遠百憂收:구선불원백우수
응봉산과 육백산 두 산 올라 지나려니
여름 이미 더위 잃고 절기 이미 가을이네,
이끼 폭포 용추에는 푸른 이끼 비춰있고
맑은 바람 비파타고 녹음 향기 그윽해라.
석회 캐는 굴 어구에 시원한 기운 불어내고
풀을 베는 기계 소리 선산 숲을 우리누나.
남녀의 산 벗들이 닭 탕에 취함에서
신선 찾기 멀지않고 오만 시름 거둬진다.
* 楸: 노나무추, 개오동나무 추, 선선을 사징함
2010. 8. 22.
松亭(정자 솔) 朴載鎬 鎬朴印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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