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大幹十二次冬葉嶺秀嶺區間縱走
(대간12차 동엽령에서 빼재구간 종주 -12. 29)
釘峰葛味白巖山:정봉갈미백암산
冬葉岾延秀嶺間:동엽점연수령간
德裕脈岐風籟寂:덕유맥기풍뢰적
龍湫氷谷水聲潺:용추빙곡수성잔
蒼空書字飛鴻陣:창공서자비홍진
素雪鋪途曳履斑:소설포도예리반
開設送年兼酒宴:개설송년겸주연
乾杯熱氣赤顔顔:건배열기적안안
못 봉과 갈미봉이 백암산과 맥을 이어
동엽 재와 수령 사이 뻗쳐서 솟았구나.
덕유산 기맥마다 바람 운율 고요한데
용추 계곡 얼음 속에 물소리 잔잔하네.
푸른 공중 글자 쓰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
흰 눈 깔린 등산로에 신발 끌은 무늬로다.
송년회를 겸하여서 술잔치 열어놓고
건배하는 열기일어 얼굴마다 붉어오네.
探金鼇山向日庵(금오산 향일 암을 찾아 -12. 30)
金鼇龍脈鳳凰覃:금오용맥봉황담
日出名區向日庵:일출명구향일암
頂上龜紋巖塊怪:정상귀문암괴괴
窟中元曉德音涵:굴중원효덕음함
海心點綴瀛洲九:해심점철영주구
爐殿慈悲聖佛三:노전자비성불삼
益探益奇神秘境:익탐익기신비경
樂山肝肺酒無酣:요산간폐주무감
금오산 용의 맥이 봉황산에 뻗었는데
해돋이 이름 난 곳 향일 암이 예있노라.
정상의 거북 무늬 바위 덩이 괴이한데
굴속에는 원효대사 덕음이 배어있다.
바다에는 점점으로 신선 고향 아홉인데
대웅전엔 자비로운 성스러운 세 부처네.
찾을수록 더욱 좋은 신비로운 이 곳이라
산 즐기는 간과 허파, 술 없어도 취하노라!
* 瀛洲: 蓬萊 方丈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 여기서는 여러 섬들.
山地剝卦(산지 박 괘 -12. 31)
山依地剝一陽崇:산의지박일양숭
上以安家厚下功:상이안가후하공
消息盈虛天理尙:소식영허천리상
碩果爲仁不食同:석과위인불식동
산이 땅에 붙은 박 괘, 한 개 양 효 높이 있어
윗분이 본받아서 아래 살펴 집 다스린다,
불어나고 사라지고 차고 비는 하늘 이치 숭상하고
큰 과일 씨 되도록 먹지 않음 같음이라.
* 碩果不食: 맨 위의 큰 과일은 따먹지 아니 하고 다음해 씨앗이
되게 함, 선인들이 까치밥을 놔둬야 된다는 이치도 이에 있음.
* 仁: 여기서는 씨앗.
대간제12차구간(동엽령에서 빼재까지)을 종주하고
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백두대간 제 13차 구간 종주일이다. 든든한 아침 식사와 간단한 이동식
점심으로 짐을 줄이려는 원칙을 오늘은 실행하기 곤란해졌다. 입맛이 없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
무리를 했던 탓이다. 금주에는 24일에 무릎까지 빠지는 1100고지 면봉산에 올랐고, 25일 하태암
회장이 주선한 천태산, 금오산 구천산 종주의 팀 산행을 한데다 27일 어제는 10여 년간 관리해왔던
‘한림산수회’의 여수 향일 암을 다녀왔으니 네 차례 산행을 하게 된다. 향일 암이 위치한 봉황산,
금오산은 오르내리는 일은 산책하는 기분 정도이나 장장 다섯 시간을 차중에서 쉴 틈 없이, 남의
사정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마시고 뛰었어야 했으니 서너 시간 잠으로는 피곤이 가실 수 없
는지라 오늘 종주가 걱정부터 앞선다. 배낭을 받아드는 하 회장이 “형님, 요정도가 딱 알맞습니
다.”고 할 정도로 챙기고 새벽길에 차를 모는데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거창휴게소에 잠깐 들렸다가 접속구간 산행기점인 칠연계곡 주차장에 도착, 장비를 챙겨 오르기
시작하니 8시 30분경이다. 앞서가는 전상태 아우를 불러 세우고, 오늘 내 상태가 좋지 않으니 챙
겨줘야 되겠다고 주문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이 조합장도 오늘은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해 나갔다.
바람 없는 고요한 계곡, 겨울 체면치례인양 약간 덮인 눈길이 운치를 더해주어 더없이 좋은 산행
날씨다. 무난히 동엽령(1320m)에 올라서니 9시 58분, 사진을 담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바로
따라나선다. 오르는 길 보다는 눈이 더 쌓였으나 얼지 않아서 걷는 데는 크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이외로 몸이 가볍다.
10시 49분, 백암 봉에 오르니 먼저 와 있던 하회장이 오르는 장면을 사진에 담으며, 용기를 준다.
안내판과 향적봉(1614m)을 배경삼아 기념을 남기고 곧 이어 단체 사진을 찍고 상봉 식을 갖는다.
여기서 직진하면 향적봉을 오르나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꺾어 내린다. 한참을 진행하다가 아이젠을
차고 나니 한결 든든하다. ‘신풍령 11km’의 푯말을 지나 얼마를 가고 있는데 점심을 먹고 가잔다.
낙엽이 깔려 있고 눈도 거의 없어 장소도 좋고 날씨도 포근하니 웃음들이 절로 나온다. 러셀 허 총
무가 끓여주는 어묵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먹을 만한데다 꽃님께서 특별히 오디술과 복분자술까
지 권해 주어 오히려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다.
점심을 먹고 끼리끼리 나서니 12시 10분이다. 흰 개 한 마리가 나타나 계속 따르는데 결국 하산
지점까지 따라온 것으로 보아 버려져 들개가 된 것 같다. 12시 33분 횡경 재에 이르고 30분 더 오
르니 헬기장이 나선다. 덕유산 스키장이 건너다보인다. 곧 이어 오른 ‘못 봉(1342m)’. 허 총무
등이 푯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곧 이어 스키장에서 곤돌라 편으로 향적봉으로 합류한 곽 성자 씨
가 올라서서 포즈를 취하는데, 이때 시각 오후 2시 10분이다. 오후 2시 37분, 갈미봉(1210m)에 도
착하니 상태 아우가 기다린다. 먼저 가게하고, 가다렸다가 이 조합장, 곽 여사 등과 갈미봉을 사진
에 담는다. 허 총무 부인도 오늘은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진행을 하게 되어 부부간의 농담이 피로
를 덜어주는 윤활제가 되기도 한다.
드디어 내려선 빼 재다. 안내 석에는 ‘秀嶺’이라 적혀있다. 임진왜란 때에 먹을 식량이 없어 짐
승을 잡아먹고 버린 뼈들이 널려있어, 경상도 사투리로 뼈를 ‘빼’라고 하여 ‘빼재’라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인이 ‘빼어나다’로 해석하여 한자로 수령이라 썼다고 한다.
한참을 더 기다려서야 모두를 태워 빌려둔 장소로 이동하여 하산 주 겸 송년 행사를 가진다.
술잔이 돌고 따끈한 국밥이 속을 채워 덥혀주니 얼굴들에 화기가 차고 넘친다.
아우님들이 자리에 찾아와 잔을 권해, 그 묻어나는 정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염려했던 몸 상태도
기우로 돌려졌기에 오늘따라 형제의 우의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일일일수 제 227 신
松亭(정자 솔) 朴載鎬 鎬朴印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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