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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弁峰騎龍山葛彌峰小普賢山水石峰 ♣♡*
♣고깔봉기룡산갈미봉소보현산수석봉산행♣
騎龍山外二三山:기룡산외이삼산
水石峰包峰幾攀:수석봉포봉기반
旭日始登斜日下:욱일시등사일하
肉身出發鐵身還:육신출발철신환
笻端落葉傳情語:공단낙엽전정어
望月姮娥與笑顔:망월항아여소안
醪酒一杯無不美:료주일배무불미
壑幽萬丈尙仙寰:학유만장상선환
기룡산 그 밖에도 두세 산을 넘었었고
수석 봉을 포함하여 봉 몇 개를 올랐구나.
돋는 해에 시작하여 지는 해에 내려오고
육신이 출발하여 쇠 몸 되어 돌아오네.
지팡이 끝 쌓인 낙엽 정답게 말 건네고
보름 달 항아 신선 웃는 얼굴 주는구나.
막걸리 한잔에도 정과 맛이 묻어나고
만 길이나 깊은 계곡 오히려 신선계라!
* 姮娥: 달에 산다는 신선, 일행 중에
‘항아’ 아이디를 가진 여후배의 뜻도 있음.
*♡자양 꼬깔 산에서 죽장 수석 봉을 종주하고♡*
2010년 1월 31일 일요일. 6시에 승용차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어둠을 헤치며 도음산을
굽이돌아 고개 넘어 기계 입구 고속도로 다리 밑에 주차하고 깜빡이를 넣고 기다린다.
얼마 후 뉴욕양kiss 이기섭이 몰고 온 승용차에 옮겨 타고 죽장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자양댐을 끼고 달리다가 산행 기점인 강호정 앞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지났다.
준비를 마치고 7시 30분에 산행이 시작 된다.
1월에는 일요일이 다섯이나 들어서 정기산행이 없는 31일은 아른바 ‘공일요일’이라
주 마다 가는 산행이어서 그냥 지내면 몸이 찌뿌드드해서 어느 산을 누구와 오를까
생각하던 차에 호산자율 번개산행 안내 문자가 날아와 끼어들기를 신청한 바다.
꼬깔 봉을 향해 오르는 들머리는 수몰지역에서 옮겨 세운 강호 정 외에도 하천재,
사의당, 삼휴정, 오회당 등의 건물과 종택, 묘역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꼬깔 산 정상까지는 1시간 반이 채 안 걸렸으나 그 이름처럼 고깔을 엎어놓은 듯
가팔라 발이 미끄러져 힘이 든다. 겨울이 다 간 듯, 포근한 날씨에 벌써부터 등에
땀이 젖는다. 곧 내려서서 기룡산을 향하는데, 춥고 다리 아프다던 항아가 앞을 서서
내달린다. 시속 5km 속도로. 10시 7분에 기룡산 정상에 도착하니 젊은 부부가 먼저
올라 소리를 질러댄다. 해발 961m의 이 기룡산(騎龍山)은 경북 영천시 자양면에
있는 산으로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아직은 때 묻지 않은 능선을
따라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기도 하고 남쪽 아래 영천댐(자양호)의
시원하고 넓은 호수를 굽어보는 맛은 일품이다. 특히 북쪽 보현산 천문대를 건너다
보며 정상 서릉을 따라 이어지는 0.8km의 아기자기한 암릉을 오르내리는 길은 기룡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정상 남쪽 아래에는 신라천년 고찰인 묘각사가 있고
기룡산이란 이름도 이 묘각사를 창건할 당시 동해 용왕이 의상대사에게 설법을
청하고자 말처럼 달려왔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한다. 이 기룡 산은 오래 전에
최단 거리인 묘각 사에서 두어 번을 올라봤으나 기껏 이 산 하나만 올랐다
내려갔는데 일반 산악회의 산행이 대체로 그런 것이다. 쉬는 동안 반석에 올라 앉아
시조 창 한 가락으로 호연지기를 토해본다. “천지는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만물의
여관)요 광음자(光陰者-세월)는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백대의 길손)이라.......”
다시 바위능선을 타고 급경사를 미끄러져 내린다. 없는 길도 만들어 가면서.
11시 30분에 외아기재에 내려서니 이경목 아우가 차를 몰아다 놓고 마중을 한다.
지난 번 아미산 산행 때도 그랬듯이 오늘도 우리를 돕겠다는 같은 목적으로 합류를
한 것이다. 그 얼굴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야 말로 속임도 꾸밈도 없는
순수한 산악인의 정신이요 자세다. 여기서 준비해온 돼지고기를 이기섭 솜씨로
두르치기 해서 점심을 먹는데 입만 가지고 와서 먹는 일만 거든다. 식사 후에
돌아갈 때를 생각해서 경목의 차로 기섭과 출발지 차량을 하산 지점에 옮겨놓기로
하고 나머지 사람은 천천히 걸어 오르기로 한다. 민가의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
묘지를 지나 희미한 산길을 오르니 새로 조성한 과수원이 나오고 과수원이 끝나는
지점 농로 맞은편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뒷사람을 위하여 ‘정자솔’ 리본을
달아두고 잘 나 있는 묘지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니 마을로부터 이어진 농로가
나선다. 이 길을 계속 따라 진행하니 널따란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여러 개의
돌탑을 길 위에 쌓아 놓았다. 굽 도는 도로 부위에 등산로로 보이는 길이 있으나
도로를 따라 오르기로 한다. 차량을 옮겨두고 뒤따라 오는 두 사람이
갈미봉으로 바로 오른다는 전달을 받고는 능선 가까이 나 있는 등산로를 택해
올라가니 얼마 가지 않아 정상이다. 곧 이어 두 사람도 올라선다. 이 때 시각
13시 50분. 숨을 돌리고는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온다. 소보현산을 향하여.
여기서부터는 길도 거의 평지라 뛰다시피 진행한다. 두마에서 올라오는
보현산삼거리에 이르니 면봉산과 베틀 봉이 지호지간에 있고, 울산에서 한 팀이
여기서부터는 우리와 같은 코스로 주행한단다. 소 보현산으로 진행하는데
‘포항마루금산악회’ 리본이 눈에 뜨인다. 포항시 경계 종주를 꼭두방재 까지
함께 하다가 ‘백두대간’ 종주 때문에 그만 두었는데
오늘 한 구간을 잇는 셈이다.
대태고개에 내려서니 다시 오를 기분이 나지 않으나 남은 수석봉에의 호기심에
서도 오를 수밖에 없다. 마실 물도 떨어지고 허기증이 나서 잠깐 쉬고 나니
뒤쳐진다. 정상이라고 오른 것이 표식이 없다. 쉬면서 방향을 가늠하고, 물을
얻어 보충하며 빵 한 조각을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힘이 난다. 드디어 올라선
해발 820m의 ‘수석봉’ 오늘 오른 산 가운데서는 정상 표석이 기장 잘 되어
있다. 이때시각 16시 13분이다. 간혹 붙어있는 리본과 지도로 어립 잡아 두어
봉을 더 오르내리고서야 저 건너 죽장 드는 국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길이 있어도 자 높이로 쌓인 낙엽이 분별을 못하게 하나, 없는 길도 치고 가는
이들이라 어디든 내닫는다. 포장길에 내려서니 17시 19분, 주차해둔 장소까지
도착하니 꼭 10시간이 걸렸다.
차를 회수해 기계로 이동하여 목욕탕에 샤워하고 ‘아랑’ 식당에서 새끼
전복 넣은 오리백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생각해 보면 일반 산악회가 5~6
차례 올라야 할 산을 하루에 달려내고도 기분은 날아갈 것 같으니, 이래서
산에의 매력을 아니 느낄 수 없는 것이다.
松亭(정자 솔) 朴載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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