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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霽新凉景(우제신량경)♣♡*
-비개인 초가을 경치-
雨霽新凉景可觀:우제신량경가관
風淸氣爽使人歡:풍청기상사인환
蟬歌鳥語何尤亂:선가조어하우란
眼界心琴也益寬:안계심금야익관
天白野黃雲帶影:천백야황운대영
山靑水碧色誇韓:산청수벽색과한
迷香惑籟逍遙際:미향혹뢰소요제
盈視森羅豁肺肝:영시삼라활폐간
비 개인 초가을 날 경치 가히 볼만하고
바람 말고 공기 상쾌해 기쁘게 하는구나.
매미 노래 새 말들은 어찌 더욱 요란한가?
눈앞 경계 가슴속이 더욱 넓어지는구나.
하늘 흰색 들 누런색 구름이 띠 두르고
산 푸르고 물이 맑아 한국 경치 자랑한다.
향기와 자연 소리 미혹되어 거닐 으니
눈 가득 든 삼라만상에 폐와 간이 확 트이네!
* 野黃雲: 벼가 누렇게 익어 감을 뜻함.
2010. 8. 12.
♣ 도음산 주행을 하고♣
‘하루만 글을 읽지 않아도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 있듯이 가시까지 돋는 경지는
못 갔어도 하루라도 뒷산에 올라 경서를 암송하고 시조창 몇 가락을 부르지 못하는 날이
면 무언가 빠트린 상실감으로 그날을 보내야 하는 오늘날의 내 생활이다. 거기에는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는 도음산의 솔밭 길 등산로가 한몫을 하고 있다 할 것
이니, 내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아파트는 비록 1억짜리도 되지
않으나 이 등산로는 10억짜리도 넘는다.”이다.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돌 없는 길,
솔숲이 우거지고 간혹 등산 기분도 낼 수 있는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3~4시간 범위
안에서 자기 힘대로 선택하여 걸을 수 있어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약자에 이르기까지
산을 즐길 수 있는데다 사이사이 운동기구와 휴식 공간을 마련해 놓아
금상첨화가 되고 있음에서다.
추석준비로 바쁘다고 시 경계종주를 하지 않게 되어 산행이 없는 일요일이라
‘자,도,봉,어(紫道鳳魚)종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밤부터 많은 비가 내려 아침 운동
도 못했더니, 낮이 되면서 날이 개이기에 모처럼 도음산 일주나 해보자고 점심을 먹고
바로 집을 나섰다. 12시 56분에 산에 들어서서 13시 7분에 ’행자골‘까지의 평지 길을
지나 첫째 오르막을 오른다. 여기서 힘 드는 사람들은 우회로를 이용한다. 13시 10분에
두 번째 오르막을 오르는데 제법 숨을 차게 하는 고개라 노약자는 또 우회로를 이용하는데
위에 두 번째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이용자가 많은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한동안 평지
길이 이어지는데 능선으로 나 있는 오솔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다. 세 번째 오르막을
올라 진행하면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잇는 마지막 휴식 공간이 나오는데 거의가 여기까지를
아침 운동 최종구간으로 삼는다. 13시 30분에 통과하여 아침마다 내가 앉아 즐기는 장씨
문중 묘소 위에 올라선다. 여기에 올라와 앉으면 앞이 멀리 바다까지 확 트이고 들판과
골짜기에 서린 안개가 돋는 햇빛을 받아 선경을 연출해 시심을 열어주고 단전에서 시조창
가락을 끌어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진행하여 13시 46분에 농장 있는 곳을 지나려니
무슨 모임이 있는지 승용차가 여러 대 주차해 있다. 여기서 부터는 길은 넓으나 아침까지
내린 비로 해서 길이 질어 보행이 늦어진다. 서서히 오르막길이 이어지기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아간다. 14시 30분에 백련봉 갈림 길에 내려선다. 여기서부터는 형북지맥(일명
비학지맥) 종주 길이다. 백련봉까지 가서 직진하면 백련사와 호리 못으로 가게 되고 지맥
길은 왼쪽으로 꺾어내려 기계 신광간 도로상의 원고개를 지나 비학산 오른쪽 날개를 타고
오르게 되어있다. 백련봉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곧 학천 골짜기에서 신광 수성리로
넘어가는 도로에 내려서는데,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 나오면 포항시에서 오르는 계단
과 정자를 세워놓아 이 길을 많이 이용하나, 도로를 바로건너 지맥 길 능선을 향해 오른다.
이때사각 14시 40분. 여름이라 풀과 잡목이 우거져 진행을 더디게 한다. 풀숲을 헤치고
15시에 해발 383m의 도음산(禱蔭山)정상에 올라선다. 흥해의 진산(鎭山)이기도 한 이 산은
뻗어 내린 능선들이 완만한 육산으로 두릅, 산딸기, 고사리 등이 철따라 사람을 불러
모우고, 신라 고찰 ’천곡사‘를 품고 있으며, 근래에는 수목수련원이 설치되어 시민들의
휴양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안개어린 동해바다와 누렇게 익어가는 기계 안강 들판을 둘러보며 설치해둔 벤치에 앉아
아침에 못한 송창(誦唱)을 한다. 매미들은 안질 새라 소리를 높이고 새들도 덩달아 지저
귄다. 15시 25분에 일어나 2분 사이에 포항시가 세워놓은 도음산 안내판을 지난다.
여기까지는 단구 쪽으로 해서 승용차가 올라올 수 있다.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서다가 단구 행 길과 갈라져서 직진해 올라야 하고 얼마 가지 않아
송신탑과 수련원 팔각정 갈림 길이 나서는데 지맥 길은 송신탑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야
한다. 일주를 하는 발길이라 왼쪽으로 돌려 포항공원묘원 위를 지난다. 5시 42분에 여기서
운향 조우정권사의 묘비를 만나게 된다. 공직에서 물러나 서각을 익히면서 한동안 일월시역
회에 나와 내게 주역 강의도 들으면서 서각 전에 초청도 해주었던 생전의 인연이 있기에
이 길을 지날 때마다 감회에 젖게 한다.
16시 13분에 팔각정에 도착하니 전에 없던 현판이 붙어 있고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반가워
읽어보니 팔각정 이름인즉 ‘천유정(泉遊亭)’이라 했다. 글자대로 새기면 샘이 노는
정자가 된다. 억지로 새겨 샘에서 논다 고 해도 어색하다. 천곡사에 靈泉이 있다고 하나
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앞에 흐르는 내를 학림천(鶴林川)이라 부르니 학이 논다는 뜻의
학유정(鶴遊亭)이라고 한다면 연고도 있고, 여기를 찾는 사람 모두가 학이 될 수 있을
터인데, 마침 글을 쓴 분의 호가 목전(木泉)이라 목천이 놀았던 정자로 해석들을 하지
않을까 기우가 들기조차 한다.
여기서 논이 있는 마을 뒤 골짜기로 올라 농장 근처에서 올랐던 길을 되돌아오는 전날이었
으나 오늘은 들 구경도 할 겸 아스팔트 도로를 지루하게 걸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16시
50분이다. 거의 4시간이 걸린 셈이다. 입에 가시는 안 돋겠지 하며 문에 든다.
松亭(정자 솔) 朴載鎬 鎬朴印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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