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雪景登攀(지리산설경등반)♣♡*
지리산의 설경을 등반하고
智異山高雪景佳:지리산고설경가
天王帝釋兩峰迷:천왕제석양봉미
巖巖岫岫銀寰界:암암수수은환계
樹樹枝枝白玉街:수수지지백옥가
遠近眺望瑤圃匝:원근조망요포잡
華奢日影燦光排:화사일영찬광배
酷寒冷氣侵衿袂:혹한냉기침금몌
無奈林泉痼疾懷:무내임천고질회
지리산 높은 곳에 설경이 아름다워
천왕봉과 제석봉이 그 가운데 미혹한다.
바위마다 구명마다 은 대궐 꾸몄는데
나무마다 가지마다 백옥의 거리여라.
원근의 조망들은 신선 세상 두루 했고
화사한 햇빛 내려 찬란한 빛 더했노라.
혹한과 찬 기운이 소매 속을 침입해도
자연 찾는 고질병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을!
2018. 2. 4.
* 瑤圃: 옥의 동산, 곧 신선이 산다는 곳
*♡♣지리산 설경 길을 걷다 ♣♡*
중산리주차장-순두류입구-도타리대피소(법계사)-천왕봉-제석봉
-장터목대피소-중산리자연휴양림 주차장=원점회귀
2018년 2월 4일 일요일.
계속되는 혹한이라 각오가 섰던 정맥 종주 시와는 달리 나이가 의식이 된다.
05시 20분에 집을 나서 고속도로 나들목 관리사무소 앞에 승용차를 주차해두고
곧 도착하는 버스에 오른다.
대구에서 이재홍 기획이사를 끝으로 가득 채운 버스가 07시 30분경에
함양휴게소에 들려 아침밥을 나눠먹고 다시 달려 중산리를 지나 버스 진입
금지구역까지 밀어붙여 셔틀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09시가 되어간다.
당초에는 처음부터 걸어 오르기를 생각했으나 막상 내리고보니 거의가
버스를 이용하려 드는지라 젊은 사람들에게 마음쓰임도 있을 것 같아
줄서는데 끼어드니 매화가 요금을 치른다.
09시 12분에 위령비가 서있는 법계사 입구에서 내려 길 따라 오르다가
법계사 가까이에서부터는 눈이 많이 쌓여 아이젠을 차니 한결 편하다.
10시 30분에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해 잠깐 쉬었다가 법계사를 지나 계속
오르는데, 바람소리는 요란해도 오히려 땀이 나서 옷을 벗기도 한다.
손이 시려 핫 팩으로 녹여가며
통천문에 도착해 사진을 담으니 11시 30분이다.
천왕봉 가까이 이르러 계단을 오르다가 쉬며 되돌아보니 가까이는 눈꽃과
상고대가 옥 대궐을 지어놓았고 멀리로는 밝은 햇빛이 드리워
은세계를 펼쳐 놓고 있다.
추위도 허기짐도 나이도 시름도 요지경 속으로 녹아 사라지게 한다.
드디어 올라선 천왕봉 정상, 정상석 앞뒤를 번갈아 안고 사진을 담으니
12시 17분이다. 수도 없이 올라본 이 자리지만 오늘 같은
조망과 그로해서 느껴지는 감격은 처음인 것 같다.
오르기 직전까지도 언젠가 한림산수회에서 여기 올라
강성모, 이상만 선생과 함께 불렀던 시조창을 토해보고 싶었는데,
얼굴 벗고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영하 20도의 한기가 살갗을
도려내는 것 같아 발길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재민이 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챙겨주는 가운데 진행하다가 옷을
껴입고, 입김이 얼어 불투명체가 된 선글라스를 손질하다가보니 나 홀로가 된다.
12시 52분에 제석봉을 지나 13시 29분에 장터목대피소에 드니
재민 팀이 나면을 끓여놓고 덜어준다. 더운 국물에 밥도 말아 배를 채우고는
먼저 일어나 내리는데, 아이젠이 받쳐주고,
계단이 위험을 덜어주어 어려움 없이 내릴 수 있다.
내 처음 이 러셀산악회를 찾았을 때 바로 이 지리산을 오를 때인데,
중봉에 올라 점심을 먹으니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천왕봉에 올랐을 때는
폭우가 되어 거의가 바로 탈출을 하는데, 나를 인도한 이상협 조합장이
“우리도 태극종주팀과 같이 가보자”는 제의에 따라붙어 그 당시의
총무 이동욱과 재무 박가연의 빠른 발에 뒤질 새라 뛰어내렸더니 식당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탈출조가 도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리 중에 무리를 한 것이다.
15시 07분에 제단에 내려서고 통천길 문을 15시 26분에 통과하여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지나 하산을 마치니 15시 35분인데
버스에 올라보니 내가 가장 먼저 올라와 있다.
산 꾼 출신이라 산 꾼 배려 잘하는 정준화 고문이 버스를 몰고 마중까지
하여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하산이 완료되는데, 모두들 절경에 취해
그 기분 담아 오느라 추위도 잊었던 모양이다.
기사식당에서 돼지찌개로 저녁을 먹고 하산주를 겸하니
흥겨움이 여기에까지 지속이 된다.
*♡♣書不盡言 言不盡意♣♡*
글로서는 말을 다 적을 수 없고
말은 또한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松亭(정자 솔) 朴載鎬